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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석 초대전
From ter events

2026.03.05(목) ~ 03.22(일)

  라인석의 ‘사건들로부터’

  <From the Events>

 

라인석의 사진은 대상을 정확히 재현하는 데에 목적을 두지 않는다. 그의 화면 속에서 세계는 언제나 약간씩 비틀려 있고, 반듯한 직선은 미묘한 곡선으로 흔들린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믿고 있는 형태와 질서는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과하며 조용히 변형된다. 이 변형은 극적인 연출이 아니라, 감각의 아주 미세한 틀어짐에서 시작된다.

 

그의 작업에서 사진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다. 빛이 지나간 자리이자, 세계가 표면 위에 남긴 흔적이다. 작가는 그 표면을 다시 다루고, 긁고, 스며들게 하며 이미지의 물질성을 드러낸다. 그 과정에서 사진은 더 이상 투명한 창이 아니라, 촉각을 가진 하나의 사물로 존재한다. 보는 행위는 곧 만지는 감각으로 확장되고, 장면은 사건처럼 남는다.

 

라인석의 사진 속 풍경은 특별한 장소나 극적인 순간이 아니다. 오히려 어디에서나 마주칠 수 있는 일상의 조각들이다. 그러나 그의 시선을 통과한 장면은 익숙함을 벗어나, 다른 방향으로 기울어진 세계를 보여준다. 그곳에서 우리는 사물이 가진 이름보다, 빛과 표면, 그리고 감각의 흔적을 먼저 마주하게 된다.

 

이번 전시에서 마그리트와 모네의 빛은 이러한 라인석의 작업을 설명하기 위한 참고점 처럼 존재한다. 마그리트가 현실의 의미를 전복하며 사물의 낯선 관계를 드러냈다면, 라인석은 사진이라는 물질적 표면을 통해 세계의 감각을 조용히 비틀어 놓는다. 두 작가의 작업은 서로 다른 시대와 매체에 속해 있지만, 우리가 익숙하다고 믿는 현실을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하나의 방향을 공유한다.

그러나 이 전시의 중심에는 언제나 라인석의 사진이 놓여 있다. 그의 화면 속에서 세계는 완전히 뒤집히지 않는다. 대신 아주 미세하게 휘어지고, 흔들리고, 다른 감각으로 번역된다. 그 작은 굴절 속에서 우리는 익숙한 풍경을 낯선 시선으로 다시 마주하게 된다.

 

이 전시는 라인석의 사진이 만들어내는 감각의 변화 위에, 마그리트라는 또 하나의 시선을 조용히 병치한 자리다. 두 세계는 서로를 설명하지 않지만, 같은 방향으로 걷는다. 그 동행 속에서 관람자는 자신이 알고 있던 현실의 형태를 잠시 내려놓고, 조금 다른 각도로 세계를 바라보게 될 것이다.

​갤러리 AP_9.   박승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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