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원 사진전 <34개의 야외 주차장>
2022. 11. 04(금)~11. 20(일)
월, 화 휴관 / 수~토 13시~16시 / 일 11시~16시

Our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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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grapher's Note                 /              김혜원                                        

Thirty-four Outdoor Parking Lots  <34개의 야외 주차장>

 《34개의 야외 주차장》은 에드워드 루샤(Edward Ruscha)의 다섯 번째 사진집 《34개의 주차장(Thirty-four Parking Lots), 1967》에서 그 제목을 빌려 왔다. 그러나 《34개의 야외 주차장》은 오히려 루샤의 《34개의 주차장》에 대한 비평적 입장에서 출발한 작업이라 할 수 있다. 개념 사진가(Conceptual Photographer)의 대표적 작가인 루샤가 로스앤젤레스 도심 속의 차가 없는 넓은 주차장을 헬리콥터에서 찍은 항공 사진이 바로 《34개의 주차장》이다. 그는 판단의 개입 없이, 다른 유형학 사진(Typologies)이 그러하듯, 주차장을 그저 연구 대상인 한 종(種)의 본보기들처럼 바라보았다.

  루샤의 개념 사진과는 달리 《34개의 야외 주차장》은 ‘땅(지형)’과 ‘땅’을 둘러싼 시대 환경을 기록하기 위한 다큐멘터리 사진으로 시작하였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와 현실, 사회와 문화는 여전히 카메라로 발언할 수 있는 유효한 사진의 대상이 된다는 믿음으로, 유원지의 텅 빈 야외 주차장을 통하여 여가 문화 공간 속 한국적 풍경의 현주소를 말하고자 하였다. 자본주의 시대의 소비 사회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문화 풍조를 들여다보고자 하였다.

  주차장은 여가 문화와 소비 문화로 변화된 삶을 보여 주는 이 시대 문화의 중요한 상징이 된다. 그것은 문명과 속도(Speed)와 부(富)를 상징하는 자동차가 인간의 물질 문명에 대한 욕망과 우리 삶의 변화 특히 소비 문화로의 변화를 가장 잘 보여 주는 소재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땅’이라는 ‘자연’ 경관을 아스팔트나 시멘트나 철판, 직선과 화살표라는 기호의 ‘인공’ 경관으로 변화시켜 놓은 자연 속 야외 주차장은 환경 파괴와 소비 문화라는 사회문화적 현실을 극명하게 말해 주는 한 표지가 되는 것이다.

  《34개의 야외 주차장》은 “풍경 이미지는 그것이 고상하건 아름답건 장대하건 세속적이건 간에 문화적 가계도를 반영하고 있다. 그것은 취사선택되고 구성된 하나의 텍스트였다.”는 데보라 브라이트(Deborah Bright)의 탁견대로, 이 시대의 문화적 가계도를 그려보고자 하였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보낼 성수기의 한 철 여가를 위해, 아름다운 자연을 파괴하고 들어선 놀이공원, 국립공원, 해수욕장, 리조트 등 야외 주차장의 텅 빈 풍경을 통하여, 이 시대 우리 ‘땅’, 환경 파괴와 소비 문화에 대한 문화적 가계도로서의 풍경 사진이 되고자 하였다. 더불어 4×5인치 대형 카메라로 촬영한 이 사진들은 가급적 동일한 촬영 조건을 유지하면서 조형적이고 미니멀한 이미지의 고요하고 적막한 분위기를 의도함으로써 프로파간다를 넘어선 다큐멘터리 사진과 예술 사진의 경계에 서고자 노력했다. 리얼리티와 일루전, 그것들의 길항과 균형에 대해 오래 생각했다. 

                                                                                                 

Curator's Note    <김혜원의 풍경>        /   글: 최연하(독립큐레이터)

  지난 10년간, <용담댐 시리즈>(1997~현재)를 시작으로 <Commercial Landscapes>(2006), 이번에 선보일 <34개의 야외 주차장>까지 김혜원의 사진을 관통하는 것은 ‘인간에 의해 변화된 풍경’을 향한 작가의 첨예한 연민 속 끈질긴 바라봄이다. 그 긴 시간 동안 김혜원은 ‘풍경사진은 어떤 이데올로기를 지속적으로 담보하는가’에 대한 ‘데보라 브라이트’의 질문에 묵묵히 답을 보내 왔고, 드디어 이번에 전시할 <34개의 야외 주차장>을 통해 현대 한국의 풍경에 대한 반성과 자각을 꾀하는 묵시록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주게 되었다. 특히 대상을 냉철히 기록해 내면서도 전통적인 풍경사진에 기대었던 ‘풍경=아름다움’의 공식이 김혜원의 시각장에서 충분한 미적 가치로 더해지는데, 김혜원의 사진은 여기에 이데올로기를 전달하는 도구로서의 사진의 사회적 실천으로까지 옮아가고 있다. 더욱 미니멀해진 <34개의 야외 주차장>의 성취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는 이것은 이제 그의 사진이 매체 자체를 넘어 사회 문화적 프레임 속에서 의미가 가중되고 있고 담론적인 구성으로의 의미 생산 및 유포, 확장의 계기를 당당히 제공하고 있음을 알게 한다.

  풍경은 시대에 따라 변화하고, 그에 따른 작가들의 시선도 당연히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고전적으로 다가오는 <34개의 야외 주차장>의 풍경사진은 비슷한 대상들의 나열로 보이기도 하겠지만 좁은 땅덩어리 한반도의 곳곳에 느닷없이 펼쳐지는, 광활하기까지 한 주차장의 기이한 풍경을 낱낱이 이해할 수밖에 없는 묘한 입장에 보는 이를 처하게 한다. 피사체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촬영하기 때문에 어느 것 하나도 두드러져 보이지는 않지만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놀랄 만큼 많은 사실들을 인식시켜 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관객은 그의 작품을 유심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안 된다. 김혜원 사진과 표현 형식면에서 유사한 전례를 찾는다면 1975년 몇몇 미국 사진가들에 의해 필연적으로 등장하게 된 <새로운 지형학New Topographics>(윌리엄 젠킨스 기획, 조지 이스트만 하우스, 1975) 사진전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 전시는 자연 파괴에 의해서 변질되어 가는 미국의 풍경을 지지학(地誌學)의 조사를 위한 측량과 같이 감정 이입을 배제하여 중립적인 시각으로 풀어낸, 그간 안셀 아담스가 유장하게 뿜어냈던 풍경의 신화적 측면을 전복해낸, 풍경의 개념도를 바꾼 획기적인 전시로 평가받는다. 이 중 대표작가인 로버트 아담스는 선조 때부터 살아왔던 콜로라도가 점차 허물어져 가는 과정을 작가의 개입을 철저히 절제하며 대상에 어떠한 변형도 주지 않은 채 직설적이며 객관적으로 담아내었다. 그 로버트 아담스의 사진과 김혜원의 <용담댐 시리즈-풍경>을 같은 현상에서 이해해도 좋을 것이다.

  김혜원이 견지해 온 사진에 대한 일관된 엄정성과 꼿꼿한 자세는 사진하는 이에게 필요한 덕목일 터, 그 힘은 그의 작품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대상 자체를 순수하고 명석하게 드러내는 것, 외부의 실재성에 관심을 두고, 중성화시키려는 의도로써의 반복성과, 공간적 확장과 환경적 상황을 이용하여 관람자로 하여금 주위 환경을 의식하도록 하는 것은 김혜원의 사진이 미니멀한 어떠한 경지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이는 한반도 곳곳을 오랜 시간 바라본 사진가만이 도달할 수 있는 경지이기도 하다. 처음부터 서로 배치되는 것들이었던 포토(photo:빛)와 그래피(graphie:글쓰기, 소묘, 묘사)의 만남은 양극으로 치닫는 긴장으로 매혹적인 딜레마를 생산해 왔고, 김혜원의 사진은 그 매혹이 무엇인지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