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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필

차진현은 2003년 경상대학교 해양과학대학 해양토목공학 졸업, 2010년 경성대학교 멀티미디어대학원 사진학과를 졸업하고 2013년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사진학 박사를 수료하였다. 미국 포틀랜드 브루스카이 사진센터, KT&G 상상마당, 고은 BMW 포토 스페이스, 갤러리 룩스, 1839 갤러리 등에서 다수의 개인전을 가졌다. 2008년 제1회 KT&G 상상마당 한국사진가 지원프로그램(KT&G SKOPF)올해의 최종작가상을 수상하였으며, 2015년에는 중국 따리 국제포토페스티벌에서 ASIA PIONEER PHOTOGRAPHER GRANT AWARD 수상, 2016년 제6회 대구사진비엔날레 포트폴리오 리뷰 ENCOUNTER’16 우수작가 4인에 선정되었으며, 미국 휴스턴 사진축제 PHOTOFEST에서 포토플리오 리뷰 작가 10인에 선정되어 MEETING PLACE 초대전시를 가진 바 있다. 그 외 제8회 동강국제사진제, 서울사진축제, 제5회 대구사진비엔날레 등에 다수 참여하였다. 2020년, 전주국제사진제 메인전시인 “최민식초대전”을 성공적으로 기획하였다.

 

 

전시내용

‘108인의 초상’(2007-2009)은 일제강점기 일본군에 의해 강제 동원된 위안부 할머니들을 기록한 작업이다. 1990년대 초반 표면화된 이 문제는 조작된 역사의 굴레를 벗어나려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증언에 의해 처음 제기되었다. 이들은 숨겨져 있던 진실을 드러내고 민족역사를 바로잡기 위해 스스로 타자가 되는 길을 자처하였다. 하지만 30여 년간의 노력과 상관없이 이 사건은 사회의 무관심과 국가적, 정치적 계산에 의해 지난 2015년 형식적인 합의에 의한 강제 종료를 맞이하게 된다. 신념을 위해 의지를 모았던 238분의 증인들은 이제 불과 10여분 정도 생존하고 있다. 검은색의 정방형 프레임 속 ‘108인의 초상’은 사실 종료되지 않은 사건 속 사라져가는 증인들의 기록이자, 드러나 있지만 여전히 역사의 그림자로 존재해야 하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표상하고 있다.

‘POST-BORDER LINE’(2013-2016)은 한국전쟁에 의해 생겨난 남북접경지역에서 발견되는 분단 이데올로기의 이질적 풍경을 촬영한 작업이다. 휴전선이 놓인 이 지역은 민족의 비극적인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한 상징적인 장소임과 동시에 분단으로 인한 냉전 이데올로기가 물리적 실체로 존재하는 기념비적 장소이다. 하지만 역사의 비극을 기억하기 위한 장소는 어느 순간 목적을 잃은 채 자본과 지역사회의 정치적 이익을 위한 관광지로 변모되기 시작했다. 전쟁의 흔적을 따라 기록한 ‘POST-BORDER LINE’은 휴전 이후 남겨진 상흔들과 그 장면을 관망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통해 정체성을 잃고 방황하는 작금의 풍경을 담아낸다. 관객은 이처럼 신자유주의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자본의 역사와 여전히 끝나지 않은 전쟁의 역사가 상충하는 아이러니를 마주하게 된다.

잘못된 역사를 직시하고 변화를 시도하는 이들을 담아낸 ‘108인의 초상’과 냉전 체제 이후 혼돈된 역사적 풍광들을 기록한 ‘POST-BORDERLINE’은 각기 다른 입장적 차이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두 작업은 우리 모두가 나누어 짊어야 할 역사적 권리와 책임에 대해 질문하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가려진 지속》을 통한 차진현의 기록은 결국, 역사주의가 전제하는 이 갈등의 시작 지점이 곧 역사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에서 역사관이 형성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POST- BORDER LINE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이기도 하듯 전쟁과 더불어 많은 물리적 산물과 정신적 산물이 생성과 발전 그리고 소멸의 순환을 거듭하여 왔다. 이를테면 전쟁은 삶의 기초적인 문제를 위한 생존 본능에 따른 물리적인 침범에서부터 개인의 이익과 집단의 이익을 앞세운 침략으로 발전되었고 경제 자본의 발전 이후 배분의 문제와 국가 통치, 나아가 패권의 문제로 확장되어 걷잡을 수 없는 살육과 학살로 이어져 왔다.

물론 우상화 전쟁 또한 빠뜨릴 수 없으며, 은밀히 진행되어 온 문화 전쟁도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문제다. 나는 이 지점에서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이라는 세계 유일의 휴전 국가, 전쟁이 끝나지 않은 분단국가에서 한국의 정체성과 이념의 경계에 대해 사진으로 재해석하고자 한다. 전쟁에서 파생된 모든 유산이 상징을 넘어 신화화로 치닫는 과정을, 또한 전쟁으로 인한 생산물들이 문화자본, 정치자본으로 재생산되어지는 과정을 들추어 내고자 한다. 개인의 희생을 요구하는 역사와 문화 그리고 집단의 이익을 우선시 하는 범국가라는 체제 위에서 자행되는 모순과 아이러니를, 전쟁으로 잃은 가족에 대한 추모와 애도를, 휴전으로 인해 생겨난 이산가족을, 북한이탈주민들의 대한 관심과 외면을, 접경 지역의 불안한 삶이 공존하는 이 땅에서 자행되는 매우 다양하면서도 알 수 없는 퍼포먼스를 말이다.

 

자본의 지나친 확장은 순수함마저 포섭해 버렸다. 남과 북이 맞닿아 있는 국경 지역과 DMZ는 관광지로 전락한지 오래며, 우리 모두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평화와 자유 그리고 통일이라는 문구들은 상품으로 포장된 채 진열장에 잘 정돈되어 있다. 또한 전쟁을 위해 사용되었던 낡은 고철들은 테마 공원으로 자리를 옮겨 본연의 역할을 바꾸었다. 이처럼 이념으로 얼룩진 70여년, 그 쓰디쓴 전쟁의 기억을 자본은 한 순간에 상품으로 재생산해 버린다. 최근에 있었던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 그리고 북한의 핵 문제 등은 여전히 전쟁이 끝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이 같은 불안과 공포에도 불구하고 자본은 끊임없이 소비를 부추기며, 이에 국가마저 동참한다.

 

이러한 나열들이 집합한 곳, 이곳이 바로 대한민국이다. 세상에서 가장 빠르게 전쟁이라는 폐허 속에서 벗어난 나라, 자유가 보장되고 평등한 기회가 있는 자유 민주주의 국가로서의 대한민국이 아니라 지금 현재 전쟁이 진행되고 전쟁이 소비되고 전쟁이 정치적 수단이 되는 대한민국의 또 다른 내재적 편린들을 향해 시선을 던진다. 전쟁의 무고한 희생자들을 한낱 드라마의 엑스트라로 생각하는 세상을 향해 나는 유일한 분단국, 155마일에 걸쳐진 국경에 서서 이념의 갈등에서 빚어진 재앙의 경계를, 기억과 망각의 경계를 보여주고자 한다.

  차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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