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의 이데아
< Idea of The Land>
'AP-9' <Group of Photographers>
강리. 김재남. MK. 유혜숙. 이지원. 정님. 최종렬. 황태문.
아트갤러리전주에서 갤러리 소속 작가들의 첫 번째 사진전이 열린다.
Group of Photographers ‘AP-9’ 8인의 작가들은 의식의 시선으로 땅의 현상을 바라보았으며, 바라본 대상의 또 다른 세상을 연상하였다. 스쳐가는 풍경의 소멸과 탄생의 모습, 기억 속 갯벌의 존재, 의도된 변환의 시기, 섬진강의 흐르는 물, 성스러운 땅, 겹쳐가는 시대의 형태성, 원시와 현대의 교감, 포스트 플라워 등으로 구성되며, 작가들에게만 보이는 현상의 땅의 모습은 그들만의 이데아이다.
김 재 남
유 혜 숙
강 리
땅의 이데아 <Idea of The Land>
아트갤러리전주는 개관 이래 전주국제사진제의 메인 전시관으로 자리매김하며 지역의 예술 발전에 기여해 왔다. 국내에서 주목 받는 작가는 물론 세계적인 작가들의 전시를 유치함으로써 동시대적 사진예술의 흐름을 소개하고 유망한 작가들을 발굴하고 그들의 성장을 도왔다.
1년 전 이맘때, 아트갤러리전주 소속 여덟 작가들이 모여 Group of Photographers ‘AP-9’ 을 결성했다. 이들은 이 모임을 통해 갤러리를 후원하고 사진의 제작과 전시 그리고 소비에 이르기까지 사진 전반을 연구하고 이 과정에 참여하여 활동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이들이 지난 1년간 사진을 연구하고 그 과정에 참여한 성과를 바탕으로 ‘땅의 이데아’라는 이름으로 기획되었다.
고대인들은 땅 위에 살면서 저 높은 하늘을 우러러 보며 살았다. 그 중 어떤 현자는 이렇게 생각했다. 땅 위의 모든 것은 변하는데 하늘 저편의 세계는 영원히 불변한다. 영원히 변치 않는 완전한 세상에 비해 땅 위의 모든 것은 저 세상의 그림자에 불과한 그저 허상일 뿐이다. 그것은 하늘 저편의 이데아이며 또 다른 그것은 땅위의 현상을 말하는 것이다.
여덟 명의 작가들은 ‘땅’이라는 주제로 작업을 진행하였다. 플라톤에 의한다면 ‘땅’이라는 이데아는 하나가 될 것이다. 그것이 바로 ‘땅의 이데아’이다. 그러나 작가들이 사는 세상은 현상의 세계이며 따라서 그들의 생각은 하나일 수 없다. 게다가 그들이 작품을 제작 한다는 것은 그림자의 그림자를 만드는 것이니 더욱 같을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여덟 작가들은 각자가 생각하는 ‘땅의 이데아’를 중심에 두고 각자의 시선에 따른 자신만의 특성을 살려 다양한 작품을 완성하였다.
스쳐가는 풍경의 소멸과 탄생의 모습, 기억 속 갯벌의 존재, 의도된 변환의 시기, 섬진강의 흐르는 물, 성스러운 땅, 겹쳐가는 시대의 형태성, 원시와 현대의 교감, 포스트 플라워 등으로 구성된 작품들은 작가들에게만 보이는 현상의 땅의 모습으로 그들만의 이데아인 것이다.
정님 작가는 탄생과 소멸 존재하는 순간 등 선(禪) 사상을 바탕으로 작품을 완성하였다. 그의 작품은 탄생하고 소멸하는 모든 사물은 저마다의 힘과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음으로 인간은 내재된 빛과 소리 다른 것들과 어우러지는 모습에서 또 다른 현실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최종렬은 우리나라의 갯벌을 탐사하며 촬영하였다. 그는 어린 시절, 가족과 마을 주민들이 함께 갯벌에서 조개와 게를 잡던 아스라한 추억을 떠올리며 23곳에 달하는 갯벌을 촬영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의 소중한 갯벌이 보다 나은 보호와 관리로 많은 사람들이 갯벌을 향유했으면 하는 바램을 사진에 담았다.
황태문은 퇴직을 전후하여 겪게 된 인생에 있어서의 커다란 통과 의례를 그의 작품 속에 담았다. 그는 초임 시절을 떠올리며 그 때의 심정과 지금 새롭게 시작하는 퇴직 전후의 심정을 등치시켰다. 그리고 그 다음에 있게 될 삶에 대한 일말의 불안과 초조 그리고 기대와 설렘을 담담하게 그려냈다.
이지원은 흐르는 물을 사진으로 노래했다. 그는 섬진강의 잔잔한 물줄기를 바라보며 인간 세상에서 얻게 된 온갖 고뇌와 번민을 강물에 띄어 보낸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마음이 굽이치면 물줄기도 굽이쳐 흐르고 자신의 마음이 고요하면 물줄기도 고요하게 흐른다는 그 깨달음을 표현하고자 했다.
유혜숙은 종교에 관심을 두고 작품 활동을 이어나가는 작가이다. 이번 작업은 자신의 종교이기도 한 천주교의 이 지역의 순교(Martyr) 역사를 탐구하고 그 현장을 탐사하며 기록을 넘어 종교적 접근을 하였다. 그의 작품은 땅 위의 유한한 삶이 아니라 순교를 통해 영원한 세계에 들어간 이들의 이야기를 사진으로 남겼다.
MK는 자신처럼 나이가 들어 세월의 흔적이 켜켜이 쌓여가는 건축 공간을 찾아 촬영하였다. 지층을 보듯 시간의 흐름에 따라 옛 건축물 위에 새로운 건축물이 덧이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건축물들과 그 자리에 다시 자리할 또 다른 건축물들이 어떻게 쌓여 갈지를 사진에 녹여냈다.
김재남은 과거의 기억을 간직하고서 현재를 지켜보고 있는 고인돌을 소재로 다양한 시간과 공간을 표현했다. 작가는 고인돌을 하나의 개체로 인식하고 그에게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를 보여주고자 한다. 최근에는 이전의 스트레이트한 작업과는 달리 프로젝터를 활용하여 현시대의 이슈를 고인돌에게 밀접하게 알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강리는 장식용 Flower에 주목하였다. 그것은 인간에 의해 재배되어 인간을 위해 봉사하다 쓰레기통에서 일생을 마친다. 작가는 그 꽃들이 가장 화려했던 그 시기가 아닌 버려지기 직전의 꽃들을 대상으로 작업을 하였다.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그것은 꽃의 마지막 생명의 연장이며 작가의 이전 시리즈인 ‘조화’의 환생이다.
APRG의 이번 전시는 8인의 작가가 각자의 시각으로 ‘땅의 이데아’를 바라보고 해석하여 나온 작품들이다. 이 모든 과정이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모든 회원들이 힘들여 공부하고 적극 참여하여 이 연구회의 첫 성과를 선보이게 되었다. 모두가 힘들고 어려운 시기이지만 APRG의 이번 전시에 많은 관심과 성원을 당부 드린다.
2022. 03.
글: 황태문 <아트갤러리전주>